아룸미 푸즈와 서울랩스의 임팩트 스토리
현지 캐슈넛으로 더 저렴한 대체유를, 블록체인으로 금융의 기회를 넓히다
2026년 8월 18일
글로벌 임팩트프러너 2026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올해 3월 출범한 글로벌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유엔개발계획 서울정책센터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CVC 캐피탈 파트너스가 지원하고 임팩트스퀘어가 주관한다. 올해는 10개국에서 모인 20개 팀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이 중 최종 10개 기업이 지난 7월 7일 서울에서 열린 데모데이 무대에 올랐다.
2026 글로벌 임팩트프러너 시리즈 기사는 더나은미래와 협력하여 제작한 한국어 인터뷰 기사로, 언론사의 동의를 받아 제목과 본문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했다.
나시타 카냔다라 (Nacitta Kanyandara) 아룸미 푸즈 대표 인터뷰
인도네시아산 캐슈넛으로 식물성 음료를 만드는 임팩트 스타트업 아룸미 푸즈(Arummi Foods)는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룸미 푸즈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캐슈넛을 활용해 수입 식물성 음료를 대체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망 구축을 통해 소규모 농가와 여성에게 새로운 소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딸이 밤마다 심하게 울어 병원에 갔더니 유당불내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있던 유제품을 모두 대체 식품으로 바꿔야 했는데, 그때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 딸만의 문제는 아니었죠.”
아룸미 푸즈의 나시타 카냔다라(Nacitta Kanyandara) 대표에게 자녀의 유당불내증은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비싼 대체유, 현지 캐슈넛에서 답을 찾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유당불내증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의대 연구진의 2015년 조사에서는 유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아동의 비율이 3~5세 21%에서 12~14세 73%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우유를 대체할 식물성 음료 대부분이 수입산이라 가격이 비싸고 선택지도 좁다는 점이다. 나시타 대표에 따르면, 귀리나 아몬드로 만든 대체유는 일반 우유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다른 대체 유제품에서도 비슷한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지 요거트가 9,500루피아(약 780원)인 데 비해 수입 비건 요거트는 3만5,000루피아(약 2900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나시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아룸미 푸즈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산 캐슈넛을 활용한 대체유 개발에 나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6위의 캐슈넛 생산국이다. 나시타 대표는 “캐슈넛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서 원료 조달부터 제조까지 모두 진행해 관세와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캐슈넛이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식재료라는 점도 제품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나시타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캐슈넛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익숙한 맛을 바탕으로 대체유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룸미 푸즈는 기본형인 ‘캐슈 밀크 클래식’을 비롯해 커피에 어울리도록 개발한 ‘캐슈 밀크 바리스타’, 초콜릿 맛을 더한 ‘캐슈 밀크 초콜릿’ 등 3종을 판매한다. 클래식과 바리스타는 각각 200ml와 1L, 초콜릿은 200ml로 출시돼 모두 5개 제품으로 구성된다.
제품 가격은 주요 수입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클래식과 바리스타 1L 제품은 3만9,900루피아(약 3,200원)로, 인도네시아 대체유 시장 1위 브랜드 오틀리의 동급 제품 판매가인 5만8,500루피아(약 4,700원)보다 약 32% 저렴하다.
출처: Lewi's Organics
카페 4000곳서 시작해 소매시장으로
아룸미 푸즈는 처음부터 대형 소매점에 입점하기보다 카페와 바리스타를 통해 소비자에게 캐슈넛 밀크의 맛과 활용법을 알리는 전략을 택했다. 현재 아룸미 제품은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카페 브랜드인 인도마렛 포인트 커피 약 3,400곳과 패밀리마트 카페 약 400곳을 포함해 전국 4,000여 개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카페를 중심으로 제품 경험이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높아졌다. 2024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미카엘 야신이 대회 음료에 아룸미 캐슈넛 밀크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아룸미는 2025년 12월 닐슨이 집계한 인도네시아 식물성 음료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3위에 올랐고, 같은 해 순매출은 약 51만 달러(약 7억5,000만 원)를 기록했다.
출처: 아룸미 푸즈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전국에 약 2만 개 점포를 둔 알파마트를 통해 대표 제품 3종을 판매하고 있다.
아룸미 푸즈는 임팩트 생태계의 지원을 발판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오고 있다. 앞서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파트너십 포 포레스트(P4F)’를 통해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글로벌 임팩트프러너’ 프로그램에서는 소규모 캐슈넛 농가와 직접 협력하는 지속가능한 원재료 수급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멘토링을 거치며 공급망 초기 계획을 구체화하고 농업협동조합과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했다. 사업의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고 외부에 전달하는 방식도 보완할 수 있었다.
나시타 대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초기 기업에는 자금뿐 아니라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농가·여성 잇는 공급망
아룸미 푸즈는 유당불내증 인구에게 저렴한 대체 음료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농가와 여성의 소득을 높이는 공급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나시타 대표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일부가 잘려도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캐슈넛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외부 업체가 가공한 원료를 사용하지만, 앞으로 농가에서 원물을 직접 구매하고 자체 가공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접 조달과 가공 체계가 갖춰지면 현지 여성의 일자리도 함께 늘릴 수 있다. 나시타 대표는 “캐슈넛은 껍질을 벗기고 세척하는 과정에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현지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을 정식 계약에 기반한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룸미 푸즈의 다음 과제는 캐슈넛 밀크의 판매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기반을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다. 농가에서 원료를 직접 조달하고 가공까지 내재화해 가격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인다는 구상이다. 나시타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기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장도희 서울랩스 대표 인터뷰
서울랩스는 금융 인프라의 공백을 해소하는 솔루션으로 CVC 캐피탈 파트너스가 후원한 CVC 혁신상을 공동 수상했다. 디지털 신원을 금융 접근의 기반으로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 소외계층을 제도권 경제와 연결하고자 한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국민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빌리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신원을 증명하지 못하면 신용도조차 평가할 수 없죠.”
2023년 서울랩스를 창업한 장도희 대표는 라오스 현지에서 모바일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장 대표는 “신원확인은 단순한 신분증 발급을 넘어 금융과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금융 포용을 확대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원 공백이 막은 금융의 문, 블록체인으로 푼다
장 대표는 금융 접근성이 특히 낮은 라오스에 주목했다. 세계은행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라오스 성인의 금융계좌 보유율은 약 38%에 그치고, 정부가 인정하는 신분증이 없는 성인도 약 45%에 달한다. 반면 인구 100명당 모바일 회선은 약 87개로, 휴대전화 이용 기반은 비교적 넓게 갖춰져 있다.
신원을 증명하지 못하면 계좌 개설뿐 아니라 공공복지 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을 받는다. 장 대표는 “종이 서류는 위·변조 위험이 있고 기록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개인의 소득이나 금융 신용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랩스가 개발한 ‘슈퍼월렛’은 디지털 신원과 학생증·자격증·졸업증명서 등을 모바일 지갑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제출할 수 있도록 한 분산신원증명(DID) 플랫폼이다. ‘슈퍼월렛’은 서울랩스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장 대표에 따르면 거래 처리 시간은 약 1초, 전송 수수료는 0.001원 이하다. 국가별 금융 규제와 결제망, 정부 요구에 따라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설계했다. 장 대표는 “각국의 제도와 인프라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슈퍼월렛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서울랩스
코이카 ODA로 대학서 첫발…1000명에서 전 국민으로
서울랩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인 CTS 사업을 통해 라오스 내 대학 2곳에 디지털 학생증과 증명서 발급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과 구체적 협약을 논의 중이며, 2027년 4분기 대학생 1000~1500명에게 디지털 학생증을 발급하는 것이 첫 목표다.
라오스에서는 재학·졸업증명서 등을 발급받으려면 대학을 방문해 신청한 뒤 2~3일 후 다시 찾아가야 한다. 장 대표는 “디지털 증명서는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발급할 수 있어 학생들의 시간과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랩스는 디지털 학생증과 DID는 무료로 제공하고, 재학·성적·졸업증명서 등의 발급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ODA 지원이 끝난 뒤에도 현지에서 서비스를 지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다.
2027년부터 참여 대학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라오스 정부와 협력해 대학생 대상 디지털 신원을 전 국민 디지털 신분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과 직접 협력하는 B2G 방식이다.
출처: 서울랩스
디지털 신원체계가 자리잡으면 슈퍼월렛에 이용 과정에서 쌓이는 거래 기록을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대안신용평가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라오스에서의 실증을 토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랩스는 ‘글로벌 임팩트프러너’를 통해 복잡한 기술과 사업모델을 정리하고, 이를 외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혔다. 장 대표는 3개월간의 교육과 멘토링을 거치며 사업 전략과 IR 자료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IR 자료의 전체 구성과 순서를 잡는 데 도움을 받았고, 초안을 만든 뒤에는 멘토가 장표별로 보완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짚어줬다”며 “사업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익힌 만큼 향후 투자 유치와 피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랩스가 처음부터 금융 포용을 목표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당초 자체 메인넷을 키워 사업적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기술을 라오스의 신원·금융 소외 문제에 적용하면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부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발전하고 잘사는 데 기여하자는 목표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디지털 신원 발급과 신용평가 과정에서 쌓이는 기록 하나하나가 누군가를 제도권 안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전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라오스 대학에서 시작한 디지털 신원체계가 더 많은 사람을 금융과 공공서비스에 연결하는 기반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신원이 없으면 신용도 없다…블록체인으로 라오스 금융 소외 푸는 서울랩스 | 더나은미래 | 2026.07.31
작성: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